보도자료
뱀장어 '멸종 위기종 지정' 위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5-05-27 14:23
조회수 23
뱀장어 ‘멸종 위기종 지정’ 위기
양만업계 대혼란
- 기사입력 2025.02.17 08:58
- 기자명나준수 기자

[현대해양] 올해 하반기 극동산 뱀장어(Anguilla japonica)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가간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약(CITES)에 등재될 전망이다. 극동산 뱀장어는 서식지 감소 등으로 국제적 보호 필요성이 제기돼왔지만, 뱀장어 양식업계에서는 CITES 등재가 가져올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뱀장어가 국제 보호종으로 지정되면 수출입 등 국제거래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어, 양식업 및 유통업계 전반에 걸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생산자들은 규제 강화가 가져올 경제적 부담과 생업에 미칠 영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
CITES 등재가 뭐길래?

CITES란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의 약자로 1973년 체결된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다. 이 협약은 불법거래나 과도한 국제거래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의 보호를 위해 CITES 등재종의 수출·입국이 상호협력·국제거래를 규제함으로써 서식지로부터 무질서한 채취·포획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CITES 등재종은 Ⅰ, Ⅱ, Ⅲ 부속서로 분류된다. 올해 하반기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될 제20회 CITES 총회에서 부속서Ⅱ에 극동산 뱀장어 등이 등재할 것인지 논의될 전망이다. 부속서Ⅱ에 속하는 생물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지는 않으나, 국제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이며, 상업·학술·연구목적의 국제거래는 가능하나 규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수출국 정부가 발행하는 수출허가서가 있어야만 국제거래가 가능하다.
극동산 뱀장어와 같은 분류군에 속하는 유럽산 뱀장어(Anguilla anguilla)는 이미 2007년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돼 2009년부터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 각국은 내수 중심의 소비 구조로 인해 국제 거래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극동산 뱀장어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은 뱀장어 양식의 종자로 사용되는 실뱀장어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등재가 현실화되면 실뱀장어 공급망의 차질로 산업 전반에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뱀장어 양식업계의 현주소
극동산 뱀장어는 국내 내수면 양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뱀장어 양식산업은 5,045억 원 규모로 내수면 어업 생산액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어업 품목을 넘어, 국내 수산업 전반의 경제적 기초를 구성하는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수산업 경제에 있어 중추의 역할을 하는 국내 뱀장어 양식업계는 수정란에서부터 성어까지 키워내는 완전양식이 아닌 실뱀장어를 자연에서 채포해 성어로 키우는 불완전양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6.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요 수출국인 중국은 실뱀장어의 공급량과 가격을 전략적으로 조정하며 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성현 민물장어수협 조합장은 “이미 중국은 공급시점과 물량을 조율해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며 “CITES 등재가 현실화되면 수입 자체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뱀장어 양식업계는 사실상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완전 양식 기술이 불완전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연구가 초기 단계이고 상용화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최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정책연구실 박사는 뱀장어가 복잡한 생태 주기를 가진 생물이며, 해양에서 산란한 뒤 강으로 회유하는 조건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는 일부 성공했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확대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식어종을 바꾼다면?
극동산 뱀장어의 CITES 등재가 현실화되면서, 실뱀장어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양식업계는 공급망이 위축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유럽산, 북미산, 호주산 뱀장어와 같은 대체 어종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영래 민물장어생산자협회장은 대체 어종 도입이 자원 고갈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과거 유럽산 뱀장어가 국내 양식장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 어종이 국내 양식 환경에 잘 적응했고 소비자들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유럽산 뱀장어는 2007년 CITES 부속서Ⅱ에 등재된 상태로, 수출 허가 없이는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북미산 뱀장어(Anguilla rostrata) 역시 도입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CITES 규제 확장 가능성과 장기적인 공급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호주산 뱀장어(Anguilla australis)는 크기가 2미터 이상 자라는 대형 종이다 보니, 국내 생태계 교란 가능성과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현재로선 이식 승인 가능성이 낮다. 신 협회장은 “호주산 뱀장어는 생태적 위험 요소가 많아 정부의 이식 승인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대체 어종 도입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업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조합장은 “CITES 등재 이후에는 대체 어종 도입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현재 국내 생태계 보호 정책과 국제 규제가 맞물려 대체 어종 도입 절차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 자국의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대체 어종 도입을 검토했지만, 극동산 뱀장어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강해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음을 경험했다. 또한, 중국은 대체 어종 논의보다는 실뱀장어 자급 체계 강화와 완전 양식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 한국 정부의 대책은 뭘까? 안종관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 서기관은 국내 생태계를 보호하면서도 양식업계가 안정적으로 자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응할만한 대책은?
극동산 뱀장어의 CITES 등재는 단순히 국제 거래를 제한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양식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이다. 특히, 실뱀장어 공급망의 불안정성은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산업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민물장어생산자협회는 이에 대한 논의를 위해 지난해 12월 6일 실뱀장어 CITES 등재 대비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가 참석했다.
최순 박사는 워크숍에서 △유보제도 활용 △어획량 보고제 △국제 공동자원 평가 △입식량 쿼터제 등 여러 방안들을 발표했다.
유보제도는 제한된 조건에서 기존의 국제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수출국과 수입국이 협의해 CITES 규제를 유예하도록 합의하면,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실뱀장어 수입을 제한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주요 수출국인 중국이 유보 신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제도적 장치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신 협회장은 “중국은 이미 실뱀장어 시장에서 가격을 통제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유보제도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려면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획량보고제는 국내외에서 채집된 실뱀장어 어획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한국이 자원 관리를 강화하고 책임 있는 국가로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문제는 불법 어획이다. 어획량 보고를 의무화하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나, 불법 채집된 실뱀장어가 유통되는 경우가 있어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조합장은 보고된 데이터만으로 자원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선제적으로 불법 어획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공동자원평가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주요 뱀장어 양식 국가들이 협력해 자원 보존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는 동아시아 국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할 기회지만,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가 장애물로 작용한다. 더욱이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미지수이다. 최 박사는 중국과 일본의 입장 차이가 커 공동평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입식량 쿼터제는 자원 남획을 방지하고 장기적인 보존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뱀장어 양식업자들의 실뱀장어 입식량과 출하량을 일정량으로 제한하고, 이를 매년 신고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규정 위반 시 허가 관련 불이익이나, 다음 해의 입식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같이 이뤄져 현재까지 유지하며 양식업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신 협회장은 “일본의 쿼터제는 자원 보존의 모범사례로 한국도 이를 참고해야 한다”말했다. 그러나 그는 “쿼터제가 도입될 시 국내 양식업자들이 수익 감소를 감수해야 하며, 정부의 강력한 법제화와 지원없이는 쿼터제의 도입과 정착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극동산 뱀장어의 CITES 등재는 단순한 자원 관리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산업 전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정부와 업계가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 협회장은 “해양수산부 내에 내수면 산업을 전담할 새로운 신설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해수부의 자원 관리 체계는 해양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뱀장어 양식을 포함한 내수면 분야는 소외돼 있다”며 “신설과가 설립된다면 자원 관리뿐만 아니라 업계 지원, 정책 실행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 서기관은 양식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정책을 마련 중이라며, CITES 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종자 공급 안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소비국 간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자원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뱀장어가 오는 11월 CITES 총회에서 주요 소비국인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을 제외한 회원국들에 의해 부속서Ⅱ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 협회장은 “CITES 등재가 이뤄질 경우, 발효까지 약 3년이 소요되겠지만, 이 기간 동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업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서기관은 “정부는 등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며, 양식업계가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