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정보
벼랑 끝 민물장어 양식, 이제 국가 전략으로 재조명할 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5-09-26 15:37
조회수 21
벼랑 끝 민물장어 양식, 이제 국가 전략으로 재조명할 때
한국수산신문
susantimes@naver.com일자: 25-09-19 11:05
민물장어(뱀장어) 양식은 단순한 어업을 넘어 우리나라 내수면 산업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지난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한 뒤, 2010년부터는 고밀도 순환여과 방식과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수질관리 기법으로 진화해왔다. 오늘날 민물장어 양식은 연 매출 5000억원 규모로 내수면 양식산업 중 단일 품종 기준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산업이 지금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다. 지금 이대로 방치된다면 10년 후 우리는 민물장어를 국내에서 사 먹을 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시급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CITES 부속 II 등재, 생사 갈림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오는 11월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회의에서 실뱀장어의 부속 II 등재를 막는 것이다. 현재 국내 양식업은 실뱀장어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CITES 부속 II에 등재되면 국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져 국내 산업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단순한 수입 제한이 아니다. 국내 내수면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민물장어 양식이 무너지면 전체 내수면 양식산업 전체가 와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산학연 협의체가 구성돼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민관 합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외교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는 양식 어업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와 생태 자원 보호 차원의 대응이 돼야 한다.
□ 위판체계 개선 힘 모아야
현행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장내 거래 의무화 법)은 위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일부 지역 수협들이 위판 수수료 수익을 노리고 기존 중간상인을 매수해 위판시장에 개입하면서 불투명한 거래와 사매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생산자 가격은 낮아지고 소비자 가격은 오르는 구조다. 이에 업종별 수협인 ‘민물장어양식수협’ 단일 위판 전담화를 추진해 제도적으로 폐단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투명한 위판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건강한 먹거리를 적절한 가격에 유통할 수 있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길이다.
□ 양식 쿼터제 도입 절실
실뱀장어 자원량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국내 양식장 진입은 여전히 신고서만 내면 가능한 수준이다. 허가제로 전환됐지만 자원량에 대한 고려 없는 신규 진입 허용은 자칫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이제는 ‘신고제’나 ‘허가제’를 넘어 명확한 쿼터제(총량관리제) 도입이 필요하다. 일정 자원량 내에서의 양식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자원 보호와 산업 지속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이는 양식 어업인의 미래 생존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 ‘내수면 산업과’ 신설 필요
정부의 해양수산 예산 중 ‘해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수산’ 중에서도 내수면 분야는 1.7%에 불과하다. 이는 사실상 정책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내에 내수면 양식산업 전담 조직인 ‘내수면 산업과’ 신설이 절실하다. 중국은 이미 내수면 어종까지 전략 품목으로 분류해 공격적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향후 민물장어를 포함한 내수면 어종들도 외국 자본에 잠식될 위험이 크다.
내수면 산업을 독립적으로 키운다면 오히려 10년 후에는 국산 민물장어를 수출하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민물장어 양식은 수십만 내수면 어업인과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다.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외면당한 지금 우리는 이 산업을 지킬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기후위기와 자원 고갈이라는 현실 앞에서 지속 가능한 내수면 산업을 위한 제도적 대응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산업 전체가 생존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민물장어 양식은 더 이상 특수 어종 양식업이 아니다. 그렇기에 식량안보와 산업 지속성을 위한 전략 품목으로서 지금 이 순간 국가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출처] 한국수산신문 (https://www.susantimes.co.kr)

